top of page

우주와 창세기


르메르트와 아인슈타인
빅뱅이론의 창시자 조르주 르메르트와 정적 우주론을 주장한 아인슈타인

성경을 읽으려고 제일 앞에 있는 창세기를 보면, 처음부터 관심을 끄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1장에 천지창조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천지 장조는 우주의 창조일까요? 지구의 창조일까요? 혹은 그 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의 창조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경은 뭐라고 할까요? 성경이 말하는 태초는 언제며, 천지는 무엇일까요?


성경은 태초가 언제인지, 천지가 우주인지, 지구인지, 환경인지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이라는 점을 믿음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신앙의 고백적 언어로 되어있지 객관적인 과학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고로 성경의 태초는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고, 성경의 천지도 어떤 세상을 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창세기의 저자는 그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그 태초가 언제일까? 궁금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의 언어를 빌어서 생각합니다. 과학은 우주의 탄생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까요? 우주의 시작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빅뱅 이론입니다. 우주의 처음은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가진 무한히 작은 점이 있었고, 그것이 큰 폭발처럼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팽창하면서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우주는 지금도 엄청난 속도로 가속 팽창(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게 말이 되냐며 우습게 여기기도 하지만, 천문학이나 물리학에서는 기본으로 전제하는 이론입니다. 가속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시간을 역으로 계산하면 한 점에 모이기까지 약 138억 년이 나오는데, 이것이 현대 과학이 말하는 우주의 나이입니다. 지구의 나이는 방사성 연대 측정법으로 46억 년이 나온다고 합니다. 또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때는 35억 년 전이라고 합니다. 현생 인류가 탄생한 시기는 대략 20~30만년 전으로 봅니다.


어떤 분들은 과학은 아직 오류가 많고, 성경의 기록이 정확하며, 과학이 더 발전하면 성경의 내용이 증명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성경을 아무리 읽어봐도 성경에 창조의 시기나 우주의 창조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경의 내용을 기준으로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성경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고, 따질 수준도 안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다양한 생각을 하실 것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성경을 근거로 한다는 경우도 사실 성경이 근거가 아니라 성경을 보는 자기 관점을 근거로 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성경을 보면서 서로 다른 얘기를 하니까 말이죠.


빅뱅 이론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입니다. 1927년에 주장했으며, 그는 벨기에 루뱅 카톨릭 대학교의 교수로 물리학자이자 사제였습니다. 그는 천체 물리학자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고, 사제로도 교황청 과학원의 회원으로, 또 회장으로 활동했고, 카톨릭 사제의 명예직인 몬시뇰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신앙과 연결되거나 모순되지 않는 중립적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과학과 신앙을 혼합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두 분야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창세기 1장에 보면 이상해 보이는 내용이 나옵니다. 빛의 창조에 대한 내용인데, 3절에는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고 하셔서 빛이 있었다고 하고, 14절에는 궁창에 광명체들이 있게 하셨다고 기록해서 좀 혼란스럽고 이해가 어렵습니다. 지구상의 빛은 태양에서 오는 것인데 3절의 빛은 무엇이고, 또 14절의 빛은 무엇인가요? 이것을 가지고 성경이 모순된 내용을 말한다고 할 수도 있고, 또 이런 저런 설명으로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성경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은 기독교인에게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빅뱅 이론의 주창자인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를 생각합니다. 그는 평생 뛰어난 천체 물리학자였고 훌륭한 신부였습니다. 그에게는 신앙과 과학이 갈등하지 않았고, 그의 인격 안에 조화를 이룬 길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그 길을 찾기 원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말씀으로 계시를 주셨고, 또 이성을 주셔서 세상을 탐구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며, 믿음의 눈과 세상의 눈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하늘을 보며 땅을 딛고 살아가는, 하늘과 땅 두 세계를 모두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저는 우주에 펼쳐두신 계시로 하나님을 만나고, 성경 말씀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욥기의 하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너는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고 내가 네게 묻는 것을 대답할지니라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욥 38:3,4)

조회수 12회댓글 0개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