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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기 1 -400년, 침묵이 아니었다

성경을 읽다 보면 비어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책 '말라기'를 지나면서 바로 '마태복음'의 예수님 이야기로 신약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 한 장 사이에 성경이 다루지 않는 주전 430년부터 예수님이 오시기 직전인 주전 4년경까지, 400여년의 기간이 숨어 있습니다.

보통 이 시기를 “신구약 중간기”, 혹은 “침묵기”라고 부릅니다. 선지자도 없고, 계시도 없어서 하나님이 침묵하신 시간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400년은 침묵의 시간이 아니고, 하나님이 바쁘게 일하신 위대한 준비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기 세상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로, 복음을 담을 ‘그릇’인 언어가 준비되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에서 인도까지 세상을 정복하며 헬라 문화를 퍼뜨렸습니다. 덕분에 신약 성경은 당시의 국제 언어로 기록될 수 있었고, 구약 성경 역시 헬라어로 번역(70인역)되어 이방인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릴 준비를 마쳤습니다.


두번째로, 복음이 흐를 ‘길’이 준비되었습니다. 헬라 제국을 이은 로마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제국 전역에 도로망을 구축했습니다. 훗날 사도 바울이 거침없이 선교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로마의 도로망 덕분이었습니다. 복음의 길이 제국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예비되고 있었습니다.


셋째로, 복음을 전할 ‘장소’와 기다리는 ‘마음’이 준비되었습니다. 유대교 안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성전 중심의 유대교가 흩어지면서 곳곳에 세워진 '회당(Synagogue)'은 말씀 중심의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이 회당들은 훗날 예수님의 사역지가 되었고, 바울 선교의 첫 출발지가 됩니다. 무엇보다 오랜 압제 속에 "메시아는 언제 오시는가"를 묻던 유대인들의 마음속엔 구원에 대한 갈급함이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수백 년 동안 역사의 무대 뒤에서 제국을 일으키시고, 언어를 준비하시고, 길을 닦으며 그 아들을 보낼 준비를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사역을 시작하며 "때가 찼다"고 말씀하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정지된 시간, 보이지 않는 기다림의 시간을 우리는 '낭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신구약 중간기가 증명하듯, 하나님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대 뒤에서 가장 바쁘게 복음의 무대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어쩌면 지금 당신의 '빈 페이지' 같은 시간도,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되기 직전의 가장 중요한 준비 시간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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