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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목사의 알쓸신잡 05] 목회자의 복장에 대해서, 첫번째


위줄 왼쪽-성직 칼라의 전형적인 흰색 칼라 복장을 한 감리교 스크랜턴 선교사 1880년대

위줄 오른쪽-성직 칼라를 고안한 개신교 스코틀랜드 국교회 성직자 맥러드 목사 1900년대 남성정장 착용

아래 왼쪽-수단 로만칼라 복장에 성직 칼라를 한 카톨릭 신부

아래 오른쪽-감리교를 시작한 존 웨슬리, 밴드 형식의 칼라, 당대 유럽교회에서 널리 입던 복장


클러지 칼라와 로만 칼라

이번에는 목회자의 복장에 대해서 나누려고 합니다. 먼저 로만 칼라와 클러지 칼라에 대한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목회자 셔츠라고 부르던데, 캐나다에 온 후에 구입해 보려고 온라인에서 찾아보니 Roman collar나 Clergy collar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로만 칼라는 신부님들이 입는 목 가운데에 네모난 하얀 부분이 보이는 셔츠죠. 클러지 칼라는 그와 비슷한데 조금 다른, 목사님들이 입는 셔츠를 말합니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스타일을 보고 사볼까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은 로만 칼라가 카톨릭 신부님만 입는 것이 아니고, 원래는 개신교에서 입기 시작한 복장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개신교 목사님이 신부님 복장과 똑같은 로만 칼라를 입기도 합니다. 또 목사님 용으로 따로 만드는 셔츠를 입기도 하고요. 사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일반적인 정장 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로만 칼라도 아니고 클러지 칼라도 아니고 넥타이도 아닌, 차이나 칼라 셔츠를 즐겨 입습니다. 특별한 의도나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정장 셔츠를 파는 매장 어디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고, 넥타이를 매는 것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검색해 보니, 예전에는 원래 개신교 목회자의 복장이었는데 로만 카톨릭이 도입했다는 자료가 많았었는데, 지금은 내심 불편해하면서, 카톨릭의 전통을 따라하지 말라는 천주교 쪽의 글과 또 잘못된 일이라는 개신교 내부의 글도 많습니다. 이런 것에 대해서 어떤 주장이 진실이고, 어떤 입장이 옳은 것일까요?

개신교 목사님이 로만 칼라 셔츠를 입고 사역을 하신다면, 보는 분에 따라서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신선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과 경험이 제각각 이니 기분 나쁘다고 반대하거나,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권장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확인을 좀 해보고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글을 좀 읽어봤는데, 역사적인 근거를 대며 주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 예전 신부님들의 사진을 보면 특정 시점(1960년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공식 복장으로 정함) 이전에는 로만 칼라를 입지 않았다.

- 도입 초기에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으며, 개신교 목사의 복장을 따라하는 것이라며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 그 이전에는 개신교 목사들의 복장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 개신교의 복장도 그 원래는 공무원이나 법관 등의 복식에서 온 것이다.

- 용어도 클러지 칼라를 성직자의 복장으로 통칭하고, 그 클러지 칼라의 여러 형태중 하나가 로만 칼라이며, 로만 칼라를 카톨릭에서 발전시킨 것은 맞지만 고유의 것이라 보기 어렵고, 공유하는 성직자 복장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복장이나 예식 등의 형식도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형식이 본질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본질이 우선이고 본질에 힘을 실어주는 형식이 좋은 것입니다. 교파와 교단에 따라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전통은 옛 것을 지키는 것일 뿐 아니라 새로운 좋은 것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제가 본 가장 인상적인 목회자의 복장은, 체크 무니 셔츠를 소매는 걷어 접었고, 청바지를 입고 설교하시는 캐나다 목사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방금까지 무슨 일을 하다가 온 것 같았는데, 그 모습에는 노동은 신성하며, 빼 입은 양복이 거룩이 아니고, 목사나 성도나 모두 하나님 앞에 자녀일 뿐이라는 목소리, 그리고 내가 아니고 내가 전하는 하나님의 음성에 주목하라는 요청이 담겨 있었습니다.


목회자의 복장, 특히 로만 칼라, 클러지 칼라에 대한 논란은 결론이 나지 않는 한 반복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복장이 우리가 드리는 예배의 본질과 또 그 목회자가 전하고 선포하는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을 좌우하는가 생각해 보면 전혀 그런 본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교회에서 목회자가 아주 편한 복장으로 예배를 인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목회자의 복장은 회중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더욱 신앙의 본질에 집중하는 성도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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