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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5일1분

다리밑 사람들

다리밑 사람들

                      / 운계  박 충선

99번 거절당한 구걸 끝에

한번 받은 동냥으로

서럽게 서로 달라붙은 창자를

떼어 놓으며

쓰레기 통 밥상 삼아

역한 냄새 마다않고 뒤져내

음씩 찌꺼기로

허기진 배

채워야 하는 가난한 부자들

다리밑 사람들

그 들의 부모는 형제는

어디에 이 모습 숨어 보고 있을까

거리의 낭인으로

동가식 서가숙하며

연명하는 생명은

광야의 아브라함처럼 모세처럼

거할 처소 없어도

때를 채울 떡이 없어도

자유하는 영혼 인 것을

가진 자들은

쌓놓은 물질을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담장을 높이 쌓아 올리나

다리밑 사람들은

걸어 잠글 문도 담도 없이

떼를 이루어

서로 살 부비며

서로의 위로자로 산다

나무판자 얼기 설기 엮어

쓰러질 듯 기우뚱 기우러진

판자집이 귀퉁이를 서로물고 의지하듯

전대도 없이 단벌 허름한 옷에

하늘을 티 없는 눈망울에 담는

광야에서 신의 임재를

기다리는 순수한 생명을 본다

다리밑 시궁창

썩는 냄새 진동 뿐이지만

그 들의 웃음은 해맑고

그 들은 손길은 따뜻했고

그 들의 눈망울은 정으로 가득했으며

어둠의 세상에서

방황하다 마주친

선지자의 손을 잡고

예수의 향기로

영을 씻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라

케이프 타운의 다리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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