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목사
창세기 5장에 족보가 나옵니다. 성경에 여러 곳에 다양한 족보가 나오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이 족보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담으로 시작해서 노아까지 이르는 이 족보는 여러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담의 아들은 셋으로 나오는데, 우리가 기억하는 가인과 아벨은 이 족보는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족보에 나오는 사람들은 900여년 정도를 산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대이니 나이를 세는 단위가 다른가 생각도 들지만, 나이와 해를 나타내는 말이 ‘돌아온다’는 의미로 태양의 일주기 혹은 다시 돌아오는 계절을 나타내서 지금의 일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이 족보의 열명 중 9명은 살다가 죽었고, 죽지 않고 하나님이 데려가신 사람이 있는데, 에녹입니다. 다른 9명은 분명히 ‘죽었다’는 단어를 사용했고, 에녹은 엘리야의 승천시 사용한 단어를 쓴 것을 볼 때 죽지 않고 데려가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짧은 생을 살았습니다. 참고로 에녹의 히브리어 발음은 ‘하녹’입니다. 10명 중에 가장 오래 산 사람은 969세를 산 므두셀라입니다. 족보의 내용을 근거로 헤아려보면 이 므두셀라가 죽은 해가 대홍수가 일어난 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면 므두셀라가 홍수에 죽은 것인지 궁금해 하는데, 성경의 근거는 찾을 수 없지만, 유대인 전승에 의하면 홍수 7일 전에 죽었다고 전해집니다. 홍수에 죽으면 죄의 심판을 받는 것이라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창세기 5장의 족보를 자세히 보면 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거의 100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았던 이 사람들의 시대가 10,000년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2,000년도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살았던 기간이 겹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으면 만년 가까이 돼야 할 것 같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았던 것입니다. 가장 오래 산 므두셀라는 아담을 보았고, 므두셀라의 아들 라멕도 아담을 보았습니다. 아담이 죽고 얼마 후 노아가 태어났습니다. 계산해 보면 아담부터 노아까지 시간은 1,656년이 됩니다.
이 족보는 명확하게 사람의 창조부터 홍수로 심판할 때까지의 세대를 보여줍니다. 홍수로 인한 심판과 노아의 후손으로 시작되는 새시대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 다음 장인 6장은 바로 사람이 번성하면서 죄가 가득했으며 그래서 하나님이 사람과 동물들을 모두 멸하시기로 하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창 6:5~7).
창 5장 족보와 그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족보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10명의 이름과 그들이 오래 살았다는 점과 특이한 몇가지 사실들일 뿐 인물들의 삶은 너무 간단하게 기록돼 있어서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6장부터 죄로 인한 홍수 심판이 나오기 때문에 죄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면 인간은 언제부터 죄를 지었을까 헤아려보면 답은 처음부터가 된다. 아담과 하와부터 불손종의 죄를 지었고 그 결과 에덴에서 추방되었는데 이후로 그 자손들이 번성했으나 그들은 죄는 더 커져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관점으로 이 족보와 이들의 시대를 본다면, 이 1656년의 시간은 죄에 빠져가는 인간들이 돌이키기를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하나님의 인내와 기다림의 시간이었음을 알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더는 참고 기다릴 수 없을만큼 죄가 가득했던 노아의 시대와 지금 세상의 모습을 비교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때가 더 악했을까요? 지금이 더 악할까요? 지금 우리가 죄 가운데 살고, 죄를 지어도 무사한 것은 그것이 죄가 아니라서가 아니고, 또 하나님의 심판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그때처럼 참고 기다리시며 구원의 기회를 주시는 것이 아닐까요? 돌이킬 것은 속히 돌이키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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