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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kfmc.calgary

[이경민 목사의 알쓸신잡 07] 예수님은 어떤 성경을 보셨을까?


왼쪽은 히브리어로 기록된 마소라 텍스트, 중간은 코이네 헬라어로 기록된 70인역(LXX), 오른쪽은 라틴어 성경


예수님은 어떤 성경을 읽으셨을까요?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사실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는 합니다. 예수님이 어떤 성경을 보셨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을 보셨을까요 아니면 헬라어 성경을 보셨을까요?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이 보신 성경에 신약은 없었다는 것이겠죠. 신약성경은 예수님 시대 후에 기록됐고 기독교의 정경이 됐으니까요.


우리는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신약성경은 헬라어(코이네 그리스어, 국제 공용어)로 기록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에스라서(스 4:8-6:18; 7:12-26)와 다니엘서(단 2:4 하반-7:28)의 일부분이 아람어로 기록돼 있고, 아람어는 바벨론에서 사용한 말입니다. 포로기 이후 점차로 유대인들이 아람어를 사용했습니다. 신약성경에도 아람어 단어가 나와 있습니다. ‘달리다굼’(막 5:41, 일어나라), ‘에바다’(막 7:34, 열려라), ‘아바’(막 14:36, 아빠), ‘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마 27:46, 막 15:34,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마라나타’(고전 16:22,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 ‘골고다’(막 15:22, 해골), ‘겟세마네’(마 26:36, 기름 짜는 틀) 같은 말이 아람어입니다. 신약성경은 당시의 국제 공용어인 헬라어로 기록됐지만 그때 사람들이 쓰던 말은 아람어였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예수님은 아람어로 말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가족은 가난했고,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 책은 아주 비쌌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관하고 있는 회당에서 양피지로 된, 책 별로 따로 있는 두루마리 성경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경은 그리스어로 번역된 70인역 성경(LXX, 셉투아진트)를 보셨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 때 사람들이 볼 수 있었던 성경이었습니다. 신약에 인용된 구약의 대부분은 이 그리스어 성경에서 온 것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포로기가 지나면서 이미 유대인들의 일상 언어가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였기 때문에 히브리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있는 히브리어 성경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오래된 성경의 사본은 히브리어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을 모아서 연구하고 정리한 것이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히브리어 성경인 맛소라 텍스트(Masoretic Text, MT)입니다. ‘맛소라’는 전통이라는 의미의 히브리어로, MT는 주후 5~10세기 정도에 활동하며 마소라 학파라고 하는 사람들이 표준 히브리어 성경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맛소라 사본이 9세기 경의 것입니다. 눈 여겨 볼 것은 기원전이 아니라 기원후라는 점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구약은 히브리어가 원본이고, 신약은 헬라어가 원본이라고 알고, 그래서 당연히 히브리어로 된 맛소라 성경이 더 원본에 가까운 근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수님 시대에도 보았던 70인역 성경은 가장 오래된 사본이 4-5세기 정도의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연대를 비교하면 그리스어 성경인 70인역이 히브리어 성경인 맛소라 보다 더 오래된 것입니다. 물론 맛소라의 근원은 더 오래된 구약 사본들이었겠지만 사본들마다 조금씩 다른 내용들을 정리하고, 모음이 없는 히브리서 성경에 모음을 만들어 추가한 것이라서 이 두가지 성경, 70인역과 맛소라 중 어떤 것이 더 원본에 가까운가 생각해보면 명확하게 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히브리어 성경과 헬라어 성경의 내용이 크게는 같지만 조금 다른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번역 성경인 개역개정판은 이 두 가지 성경이 섞여 있는 모습인데, 성경의 배열 순서는 70인역의 것을 따르고, 성경 본문의 내용은 맛소라를 기준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은 70인역의 내용을 참고해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이 한글 성경의 모습은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보는데 있어서 히브리어 성경과 헬라어 성경이 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학자가 아닌 이상 성경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다 공부하고 두가지 성경을 다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자들이 노력해서 최선의 성경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예수님은 어떤 성경을 보셨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성경에 대한 얘기들을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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