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밑 사람들
/ 운계 박 충선
99번 거절당한 구걸 끝에
한번 받은 동냥으로
서럽게 서로 달라붙은 창자를
떼어 놓으며
쓰레기 통 밥상 삼아
역한 냄새 마다않고 뒤져내
음씩 찌꺼기로
허기진 배
채워야 하는 가난한 부자들
다리밑 사람들
그 들의 부모는 형제는
어디에 이 모습 숨어 보고 있을까
거리의 낭인으로
동가식 서가숙하며
연명하는 생명은
광야의 아브라함처럼 모세처럼
거할 처소 없어도
때를 채울 떡이 없어도
자유하는 영혼 인 것을
가진 자들은
쌓놓은 물질을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담장을 높이 쌓아 올리나
다리밑 사람들은
걸어 잠글 문도 담도 없이
떼를 이루어
서로 살 부비며
서로의 위로자로 산다
나무판자 얼기 설기 엮어
쓰러질 듯 기우뚱 기우러진
판자집이 귀퉁이를 서로물고 의지하듯
전대도 없이 단벌 허름한 옷에
하늘을 티 없는 눈망울에 담는
광야에서 신의 임재를
기다리는 순수한 생명을 본다
다리밑 시궁창
썩는 냄새 진동 뿐이지만
그 들의 웃음은 해맑고
그 들은 손길은 따뜻했고
그 들의 눈망울은 정으로 가득했으며
어둠의 세상에서
방황하다 마주친
선지자의 손을 잡고
예수의 향기로
영을 씻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라
케이프 타운의 다리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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