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에서 삼손을 낳기 전 삼손의 어머니에게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서 삼손이 태어날 것을 예언합니다. 그것을 남편 마노아에게 말했더니 마노아가 다시 그가 오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했고, 여호와의 사자가 다시 왔습니다. 그리고 마노아는 그에게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니이까(삿 13:17)”하고 물었습니다. 마노아는 그가 여호와의 사자인 줄 알지 못하고 이름을 물은 것이었는데, 그는 “어찌하여 내 이름을 묻느냐 내 이름은 기묘자니라(18절)”라고 대답했습니다.
나중에 마노아와 아내는 이 사람이 여호와의 사자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여호와의 사자라면 사람의 모습이지만 곧 하나님과 같습니다. 구약성경에서는 여호와의 사자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또 같은 내용 안에서 바로 하나님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마노아는 하나님을 향해서 이름을 알려달라고 한 것이고, 하나님은 그에게 왜 내 이름을 묻느냐, 내 이름은 기묘자다 하고 대답해주신 내용이 됩니다.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하나님의 이름을 물었을 때, ‘스스로 있는 자’이며 ‘여호와’(출 3:14,15)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면 사사기에서 마노아에게 말씀하신 ‘기묘자’는 또 다른 이름일까요? 공동번역이나 새번역은 이 부분을 “내 이름은 비밀”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옛날에 보던 개역한글판은 “내 이름은 기묘니라”라고 번역했습니다.
‘기묘자’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펠리’입니다. 이 단어는 개역개정의 번역처럼 기묘자라는 명사가 아니라 ‘놀라운’,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입니다. 그래서 공동번역과 새번역은 ‘비밀이다’라고 번역한 것이고, 영어성경은 wonderful/secret/beyond understanding으로 번역합니다. 그런 의미를 살려서 18절을 번역하면, “내 이름을 묻지마라. 내 이름은 사람이 알수 없는 것이다”가 됩니다.
정리하면, 마노아가 물었던 하나님의 이름은 ‘기묘자’라는 명사가 아니고, 알려고 하지 말고, 묻지 말라는 말씀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왜 하나님은 자기 이름을 묻지 말라고 하셨을까요? 그러고 보니 하나님은 십계명에 자기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고 자기의 형상도 만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사사기 13:18의 대답과 무엇인가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여호와’라고 읽는 하나님의 이름을 ‘주님’이라는 뜻의 ‘아도나이’로 바꿔 읽던가, 아예 읽지 않고 잠깐 멈췄다가 넘어가던가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가 ‘여호와(혹은 야훼)’라고 번역한 그 단어의 발음을 정확히 알수 없는 것입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름을 알고, 속성을 알면 대상을 소유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또 이름이 그 존재를 규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인물들의 이름과 의미가 내용에 아주 밀접하게 관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스라엘과 주변 지역 사람들은 이름을 알고, 속성을 알고, 형상을 알면 그 대상을 소유하고 조종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주변 지역의 이방 신들은 이름이 있었고, 형상이 있었고, 신전에 모셔져서 사람들이 원하는 복을 주는 존재로 활용되었습니다.
사사기 말씀을 생각해보니 이스라엘을 인도하신 하나님은 그것을 거부하시고, 금지하신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번 글에 소개한 대로 하나님은 만나고 경험해서 알수 있는 분이지 사람이 이름을 붙이고 형상을 만들어서 그것에 제한할 수 없는 분입니다. 또 전쟁에 이기는데 힘을 주고, 가뭄이 들면 비를 내려주고, 농사가 잘되게 좋은 날씨를 얻는데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것에 순종하는 믿음이지, 하나님을 열심히 섬겨서 복을 받는 신앙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의 욕심과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우상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십계명에 금하시고,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신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욕심과 어리석음이 있기 때문이었고, 그것은 우리 안에도 똑같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믿음 안에도 그런 우상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나눈 내용을 깊이 묵상하시고, 내 신앙 가운데 하나님을 우상처럼 섬긴 부분을 제하여 버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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