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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2분

[이경민 목사의 알쓸신잡 06] 목회자의 복장에 대해서, 두번째

목회자 가운(Pastor’s Robes)

 지난 번에는 목회자의 복장 중에 클러지 셔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목회자 가운(robe)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목회자 가운은 목사님들이 예배를 인도하실 때 입는 옷입니다. 검은색이나 흰색이 많고 또 목을 둘러 어깨 아래로 스톨(stole)이라고 하는 색깔 있는 천을 걸칩니다. 기도하는 분이나 찬양대들이 조금 다른 가운을 입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교회는 예배 때 목사님이 가운을 입으시나요? 늘 입는 경우도 있고, 전혀 안 입는 경우도 있고, 가끔 입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교단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 목회자 개인의 견해에 따라서 다르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팔 부분에 가로로 세 줄이 들어간 박사 가운을 입는 경우도 있는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 말로 가운이라고 하는 이 옷은 영어로는 ‘로브’라고 합니다. ‘가운’도 영어에 있는 말인데, 두 단어가 다 비슷한 모습의 옷을 가리키지만 로브는 예복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가운의 유래와 의미는 무엇일까요? 가운은 목사님들이 예배 인도할 때 꼭 입어야 할까요? 입지 말아야 할까요? 궁금해서 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찾아보니, 몇 가지 공통적인 내용이 있었습니다.

 구약 성경의 제사장 복장에서 유래했고 거룩하게 구분하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구약의 제사장과 교회의 목회자는 다르고, 초기 교회 때는 오히려 일상복을 입었기 때문에 연결성이 없다),

 

 샤머니즘의 무당(shaman)의 복장과 비슷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초월자와 인간을 연결하는 중재자로서 특별한 복장을 한다는 근원적인 개념은 비슷할 수 있으나 그것을 기원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

 

 이후 로마 시대에 기독교가 공인되고 국교화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여러가지 제도와 형식이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사제들이 일상복이 아닌 특별한 복장을 입기 시작했으며, 종교개혁을 지나며 개신교는 신학적인 견해와 전통에 따라 다양하게 수용하거나 없애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질문의 답은 성경에서 찾아야 합니다. 목회자 가운의 성경적 근거가 있을까요? 위에서 말한대로 제사장의 복장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관계가 없고, 초대 교회 시대에는 사도나 직분자들이 예배시에 특별한 복장을 입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오히려 그런 시도를 거부하는 흐름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경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면, 상식에 근거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예배를 인도할 때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특별한 복장을 하는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중적으로 반대의 의미를 갖기도 하는데, 목회자가 예배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에, 구별되는 거룩의 상징으로 입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반대로 목회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입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아론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이 부르신 사명자로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자였습니다. 아론은 모세의 일을 돕는 역할을 했고, 제사장으로 세워졌습니다. 이 아론에게는 거룩함을 나타내는 상징인 제사장의 복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직접 대면하여서 얼굴에서 빛이 났던 모세는 특별한 복장을 입지 않았고, 오히려 그 광채를 수건으로 가렸습니다(출 34:35).

 사람은 일상에서 거룩을 경험하기 어려워서 거룩의 상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거룩은 꾸며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목회자 가운에 대한 견해는 다양합니다. 예전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필요하다고 보기도 하고, 개신교의 만인사제 사상에 비추어 보면 성도들과 다른 복장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도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둘 다 일리가 있습니다. 교회 구성원인 성도들의 정서를 고려해서 적절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예배 때는 가운을 입지 않고, 성찬식이나 세례식, 결혼식 등 특별한 경우에만 입습니다. 거룩한 모습으로 구별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중요하고 특별한 예식으로서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의미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제가 나름의 결론을 내려보겠습니다. 그것을 입고 안 입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얼마나 진실하고 온전한 예배를 드리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예배를 드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입어도 좋고 안 입어도 괜찮습니다. 목회자의 모습과 자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배하는 사람, 바로 나 자신의 모습과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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